영어영미문화전공 고드 셀라 교수
재미있게 본 공상과학(SF) 영화가 있는가? 스페이스 오디세이부터 트랜스포머까지, 누구나 한두 편 정도는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SF 문학은 어떠한가? 아마도 곧바로 작가나 작품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SF 문학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장르다.
가톨릭대 영어영미문화전공 고드 셀라(Gord Sellar) 교수는 SF 문학계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그는 최근 세계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일종의 ‘올해의 루키상’이라고 할 수 있는 ‘존 캠벨 신인상(John W. Campbell Award for Best New Writers)’에 후보로 올랐다. 유명 SF 및 판타지 작가들 다수가 신인시절 이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SF 문학계에서는 권위 있는 상이다.
이 상은 세계 최고의 SF 상인 ‘휴고 상(Hugo Award)’과 더불어 팬들이 후보를 결정하고 수상작을 뽑는다. 최종 수상 여부는 오는 8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67회 세계 SF 대회(WorldCon)에서 결정된다.
7년 전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셀라 교수는 한국의 SF 문학에 대해서도 아주 관심이 많다. 국내 주요 SF 작가들과 번역가들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으며, 북미의 어떤 SF 문학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지도 자세히 알고 있다. 국내 최대 SF 커뮤니티인 조이(Joy) SF 클럽 회원들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한국천문연구원 주최로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린 천문학자와 SF작가들의 워크샵에 참가하기도 했다.
셀라 교수를 만나 SF 문학과 가톨릭대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제부터 SF 작품을 쓰기 시작했나?
초등학교 시절부터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여름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던 SF 작가 워크숍에 참가하면서부터다. 2007년 첫 공식 작품을 발표했다.
SF 문학이 한국에서 왜 마이너 장르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나?
나도 그러한 현상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문화적인 차이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한국 SF 작품들을 읽을 때 고생 많이 한다(웃음). 미국 SF 문학은 다분히 미국적이다. 과거 식민지 시대에 대한 죄의식 같은 것이 깔려 있다. 그런데 한국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은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미국 SF 번역본을 읽으면서 공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SF 작품들은 내가 (인기가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작품들이 아니어서 흥미롭다. 북미 SF 팬들에게는 일종의 필독서 리스트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데 이들 책 중 상당수가 국내에는 번역돼있지 않다. 아마도 한국 SF 번역가들의 취향에 따라 책이 소개되기 때문인 듯 하다.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나보다.
한국에서 7년을 살았다.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SF 작품들을) 사전에 의지해야 하고 느릿느릿 읽지만 그래도 읽는다.
SF 문학에 대해 일종의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통속적이라든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든지 하는...
그건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에도 SF를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점점 많은 사람들이 SF를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일상생활에서 향유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SF로 인해 가능해진 것들이다. 일례로 휴대폰은 유명한 미국의 SF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Star Trek)」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인터넷도 따지고 보면 다분히 SF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거다. 이처럼 SF는 사람들이 인식하든 못하든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학자들은 의아해할지 모르겠지만 SF도 엄연한 문학이며 중요한 존재다.
SF는 지구 온난화 문제라든지, 과학기술에 어떻게 정부가 개입하는가 하는 등의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지금대로 계속 가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경고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
내가 보기에 SF 문학의 문제 중 하나는 백인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들이 주류를 이뤄왔다는 거다. 성별과 인종차별적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백인과 흑인이 키스하는 장면을 방영했던 스타트렉은 꽤 진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해 최근 작가들은 이런 문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SF와 판타지 문학은 어떻게 다른가?
기본적으로 장르는 마케팅을 위해 구분해 놓은 것이다. 굳이 구별하자면 SF는 과학의 영향을 받으며,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쓰기 전에 ‘이런 일이 가능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인가?’를 자문한다. 그래서 SF 소설을 쓰는 일은 한 손을 뒤로 묶고 권투를 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자기 스스로에게 (과학적인) 제약을 부여하고 쓰게 된다. 반면 판타지는 내면세계, 욕망, 공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로 어떤 주제들에 대해 작품을 쓰나?
사회문제라든가 권력이라든가, 잘못된 시스템이라든가 하는, 바꾸기 어려운 것들에 대항하여 싸우는 개인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쓴 작품 중 「덜루마 노 모어(Dhuluma No more)」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절망하는 아프리카 테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 간다. 지구 북반구의 어떤 회사가 미립자체를 개발, 태양 빛이 적게 투과되도록 만들어 지구의 열을 식히는 기술을 개발한다. 그런데 이 기술은 아프리카 같은 제 3세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기 나오는 아프리카 테러리스트는 북반구 세계에 맞서 지구 기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이런 내용이다.
그리고 어떤 세계나 그룹에 명확히 속하기 보다는 중간에 끼어있거나 정체성이 불분명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한다.
강의할 때 학생들과 SF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나?
자주 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웃음). 대중 문화를 가르치면서 스타트렉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생소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강의실에서는 SF보다는 과학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SF 작품이 있다면?
코니 월리스의 「둠즈데이북(Doomsday Book)」은 시간여행을 하다 역사 속에 갇힌 여성 역사학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글 번역이 매끈하게 잘됐다. 올라프 스태플든의 「이상한 존(Odd John)」,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I, Robot)」,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Old Man's War)」,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The Dispossessed)」 등을 추천하고 싶다.
한국 SF 작가들의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영수(필명 듀나)의「대리전」은 부천을 배경으로 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SF에 입문할때 단편작품들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 출간된 한국 SF 단편 선집인「U, Robot」이 좋은 사례다.
이제 학교 이야기를 좀 해보자. 가톨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소감에 대해 듣고 싶다.
가톨릭대 생활은 아주 맘에 든다. 이런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웃음) 얼마전 다른 대학에서 오라고 하는 제의가 있었지만 가톨릭대를 택했을 정도다. 학생들이 아주 열심히 공부한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열의에 놀랄 때가 많다. 우리과 다른 동료 교수들도 나를 전적으로 도와주고 후원해준다.
학생들과 어떠한 내용을 공부하고 싶은지?
지난 학기에는 크리에이티브 워크(creative work)에 관한 특별 강좌를 개설했었다. 강의실에 모여 회화 연습하는 것 말고 뭔가 창의적인 것을 함께 만들어 대외적으로 발표해보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기러기 아빠」라는 제목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 만들어졌다. 서울과 뉴욕에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해 학생들이 원고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비록 프로페셔널하진 않지만 강한 인상을 받았다. 조만간 한글판 번역본과 함께 인터넷에 올릴 예정이다.
학생들과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었다. 이처럼 자신들에게 중요한 주제에 대해 창의적인 방식의 말하기를 모색하는 기회가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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